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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에 대하여

건강에 대하여

by 주말의늦잠 2022. 9. 2.

  나는 일신의 건강에 관심이 많다. 식습관 속에서 단백질이나 미네랄을 많이 섭취하려고도 하고 (음주는 좀 하지만.. 흠흠), 운동도 일주일에 거의 5-6번 유산소와 근육운동 번갈아 하고있다. 몸이 어디 아픈 신호가 있으면 바로 스탑하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사람이 바로 나다. 감염증이나 특정한 병이 걸리면, 그것에 대해 끝없이 구글링 하고, 논문까지 보면서 어떻게 예방해야하고 어떻게 처방하는지 알려고 노력한다. 약간 건강염려증 전조 환자다. 그런만큼, 평생에 남이 잘 안가는 개도국, 아프리카 나라들을 다니면서 큰 병 한 번 안나고, 말라리아도 안 걸리고, 코로나도 안 걸리고, 오히려 필드에 가면 생기가 도는 엄청난 체력의 소유자다. 그래서 나는 체력부심이 좀 있다. 건강부심이랄까.

 

 그런데 얼마 전에 새로운 경험을 했다. 한국에 휴가차 들어와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간 초음파에서 낭종 소견이 나와 CT를 찍어보니 부신우연종이란 놈이 생겼다고 한다. 이 놈은 이렇게 나처럼 건강검진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 부신우연종이란 이름이 붙었단다. 학문명이 Adrenal Incidentaloma로 이름에 'Incidental'이 들어간다. 병원 원장선생님께서 부신우연종이 발견되면 3일 걸리는 호르몬 검사를 해야한다고 하여 결국 출국일정을 3일 후, 즉 일요일로 미뤘다. 부랴부랴 비행기 표 바꾸고, 상사와 친구들에게 알리고 3일 호르몬 검사를 진행했다.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기능성인가 (즉 특정 호르몬을 분비하는가) 비기능성인가에 따라 종양의 성격이 나뉘고, 그에 따라 절제가 필요한지 혹은 앞으로 추적검사가 필요한지 의사선생님이 소견을 주실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엄마가 많이 놀라셨다. 나는 오히려 덤덤했다. 비행기 변경하고 다음 스케쥴에 영향줄까봐 불편한 감정이 컸지, 건강적으로는 미리 발견해서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내가 전화로 엄마한테 이 소식을 알렸는데 심장이 쿵 내려앉고 그 날 하루종일 마음이 심란하시더란다.

 

  자식은 30대든 40대든 항상 걱정거리다. 해외에 가서 열심히 일하고 해도 걱정되고, 한국에 돌아와도 걱정되고, 건강은 어떤지, 밥은 잘 먹는지, 매년 같은 질문이다. "거기엔 채소는 있나? 거기에서 시원하게 따뜻한 목욕은 할 수 있재? 밥은 뭐해먹고 사노? 안 힘드나? ..." K-장녀 특유의 무뚝뚝함 때문에 엄마가 걱정해서 질문하는 걸 알면서도, 매일 똑같은 질문하냐고 타박하는게 나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타박을 하면서도, 이렇게 나를 걱정해주고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내가 아닌 타인이 이 세상에 있음이 감사하다. 또 매년 한국에 오면 지난 해와는 다르게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보여서 마음이 짠하다. 내가 한국에 있었으면 병원도 같이 다녀주고, 건강 상담도 해드리고, 같이 산행도 가드렸을 텐데...

 

  건강에 이렇게 노란불이 들어와보면, 정말 인생에서 중요한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행복? 웰빙? 이런건 너무 추상적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 둘러쌓여 시간을 쓰고, 많은 것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자유다. 그 자유를 위해 그렇게도 돈을 벌고, 일을 하고, 인맥을 쌓고, 자기계발을 한다. 그런데 궁극적인 가치는 그 시간의 자유인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그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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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이 되어 바람이 선선해졌다. 다음 주에 큰 태풍이 온다는데, 나는 다행히 태풍 전 아름다운 한국하늘을 만끽하고 출국할 준비를 한다.

 

  가족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저녁이다. 

 

 

- 2022년 9월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