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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에 대하여

성장 vs 관계, resilience 에 대하여

by 주말의늦잠 2022. 4. 4.

우선순위와 목표에 대한 생각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이라면 아마 10대는 수능 점수를 위한 질주의 여정이었을 것이고, 20대는 학점과 취업을 위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좋은 점수,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이렇게 계급도와 등수가 정해진 사회에서 어떤 한 곳을 위해 달려가는 것은 오히려 쉬운 것일수도 있다. 내가 목표를 정하지 않아도, 사회가 목표를 정해주고, 내 주변 모두가 그 목표를 달려가는 나를 도와준다. 그런데 30대가 되어 갖게되는 것은.. 더 이상 사회와 내 주변의 peer group이 정해주는 목표가 '나를 위한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주변 모두가 너는 대단해, 잘하고 있어, 멋져, 이런 시기에 그런 멋진 커리어를 이어가는 게 얼마나 행운이야, 하며 이야기해주지만 내 내면에서는 '이게... 내 것이 아닌 것 같아'하는 목소리가 들릴 때. 이 때 바로 나의 우선순위를 똑바로 잡는 것이 중심을 잡는 나의 노력이다.

 

  나의 우선순위는 20대 때와는 다르다. 나는 굉장히 커리어와 명예를 중시하며 살았고, 그렇게 나는 내 길을 갈거라 생각했다. 인간에게는 두 가지 욕구가 있다. 성장에 대한 욕구, 그리고 관계에 대한 욕구. 성장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했던 나의 20대. 시험 기간에는 도서관에서 새벽까지 공부하고, 장학금 받으려고 아등바등 하며 살면서도, 교내 동아리 부회장도 하고, 해외 여행, 연수 등등 할 수 있는 것은 모조리 하고 싶었다. 어디서 그런 성장에서의 욕구가 나왔는지, 나는 연애나 사랑에 대한 욕구보다는, 더 높은 곳으로 날고 싶은 에너지로 살았던 것 같다. 이건 사실 30대 초반까지도 그랬던 것 같다. 내 옆에 있었던 사람들은 아마도 내가 100% 주지 못 한 애정에 대해 실망감이나 결핍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된다. 

 

  이제 와서는, 내가 '관계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위해서 내 커리어를 포기한다? 그런 건 정말 생각도 하지 못 할 일이었는데.. 그렇게 한 번 마음을 먹어보고 나니. 커리어도, 명예도, 멋드러진 지위도, 그게 다 뭐냐는 생각이 든다. 팝송에서도 한국가요에서도, 수많은 노래들이 나를 사랑하고 아껴줄 그 한 사람을 찾으려는 마음의 편린이였구나, 생각도 든다. 작년에 겪은 일이 나에게는 성장 vs 관계의 방정식에 있어서 관계로 넘어가는 역치를 건드렸나보다. 왜 이런 건 버스가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일까?

 

부재를 통해 얻는 것

 

  결국 존재는 부재로서 그 존재를 증명하게 된다. 항상 존재해줄 것이라 믿었던 많은 것들은, 사실 금방 사라져버릴 수 있다. 상실을 겪음으로서, 부재하는 그 텅 빈 자리를 보며 눈물을 뚝뚝 흘려본 후에야, 역설적으로 지금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내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은 바로 이 마음가짐이다. 길을 가다가 꽈당 넘어져서 무릎이고 어디고 다 까지고 피가 철철나는 상황에서, 눈물을 닦고 주변에서 소독약이고 연고를 구해서 잘 마무리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다시 걸어나갈수 있는 resilience. 내 마음이 뭐라고 하는지 귀 기울여 듣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내 건강을 가장 먼저 챙기고, 내가 다시 나아갈 새로운 방향성에 집중해나가는 mental clar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