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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에 대하여

다시 아시아로 온 결정에 대하여

by 주말의늦잠 2023. 8. 5.

  최근 캄보디아의 한 국제기구 사무소로 이직하는 결정을 했다. 사람은 의사결정을 하는 순간,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기준이 가장 잘 드러난다. 이 결정은 쉬웠지만 동시에 쉽지 않았다. 말라위에서의 1년 7개월 동안 내가 편안하게 생각하는 친구와 사회적 네트워크를 쌓았고, 그 중에는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말라위 파견 시, '내가 여기서 6개월이라도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들 정도로 정말 아무것도 없는 임지라서 힘들었지만, 아무것도 없었기에 사람과의 유대감 (우정, 사랑..)이 더 중요하고 그렇게 쌓였던 것이다. 하지만 관계에 대한 요인을 상쇄한 것은, 몇 년전부터 아시아로 pivot하기를 원했던 나의 전체적인 커리어와 삶의 지리적 방향성, 한국 집과 가까움 (ergo, 부모님, 가족과 가까워짐), 마지막으로 내 라이프스타일이 자연녀가 아니라 도시녀임을 깨닮음이다. 

 

  해가 갈 수록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 기준이 더 명확해지고, 그럼으로 인해 무엇을 버리고 포기해야 하는지도 뚜렷해진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이기에 쉽지 않은 부분은, 버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요, 포기하는 것들에 대한 애착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어른이니까, 어느 정도 상실감이나 포기에 대한 아쉬움은 겪었으니까, 의사결정을 했지만, 거기에서 오는 감정적 후폭풍은 어쩔 수 없다. 그저 그 구간을 지나가야 하는 것이고, 그 구간을 한 달, 하루로 잘게 잘라서 그렇게 지내며 괜찮아지길 바란다. 

 

  캄보디아 프놈펜은 너무 좋다 (너무 훅찌는 더위만 빼고..). 생활하는 데 있어서 불편함이 없다. 항상 1분 내에 택시나 툭툭을 그랩 앱으로 잡아 다닐 수 있고, 근사한 식당과 바, 카페가 널려있고, 문화나 취미 생활도 할 게 많고, 은행이나 잡 업무도 다 온라인에서 가능하여 시간이 절약되며, 무엇보다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성향이다 (뭐.. 같은 아시아 인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점도 매우 많을 것이다). 미얀마에서 일할 때의 기억이 병치되면서, 그리 어렵지 않게 적응하고 일을 해나가겠구나,라는 확신이 든다. 

 

  그래서 다시 아시아로 오게 된 이 의사결정은 잘 한 것 같다. 나는 항상 어딜 가나 운이 좀 따른다. 어느 임지로 가나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사람운/ 일운이 있다. 그래서 프놈펜에서의 첫번째 주.. 너무나 바쁘게 지나갔지만, 안전하고 건강하고 만족스럽게 정착해나가고 있음에 감사하다. 매일 매일의 일에 치여서 살지만, 그러면서도 삶의 공부와 경제적/ 커리어 방향성에 대해서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2023년이 되길 바란다. 그렇게 나에게 또 말해준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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