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적인 생각/남프랑스 - Sud de France

몽뺄리에의 작은 산, 픽상루 (Pic St-Loup) 등산!

by 주말의늦잠 2015. 4. 5.


[몽뺄리에의 작은 산, 픽상루 (Pic St-Loup) 등산!]



몽뺄리에 주변에는 한국 수준으로는 굉장히 겸손한 높이 660m 정도의 산이 하나 있다.

이름은 Pic Saint Loup, 픽상루인데 몽뺄리에에서 가장 유명한 산 인듯 하다.

등산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trail을 걷거나 하이킹, 피크닉 장소로 더 인기가 있다.


불어로 Loup는 늑대라는 뜻으로 픽상루를 직역하면 성 늑대 산(-_-;)이다.

픽상루의 이름을 딴 와인도 유명하다. 주변 와이너리는 온통 픽상루 와인 천지다.

그런데 왜 늑대 봉이라는 이름을 얻었을까.. 물론 지역 전설 (or 전승 역사)에서 나온 것이다.



옛날에 (언젠지 모름) 세 명의 기사들이 있었다.귀랄, 클레어, 티에리 루. 

세 명의 기사는 베르트라드라는 여성을 열렬히 사랑하고 있었는데,

성전 (saint war)에서 가장 용감한 기사가 그녀와 결혼하기로 되어있었다.


세 명의 기사는 당당하게 전쟁 승리 후 돌아왔으나,

안타깝게도 베르트라드는 그 동안 운명을 달리해버렸다. 죽어버린 것이다.

세 명의 기사는 절망에 빠졌고, 결국 산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우리 나라였으면 이제 수도승이 되었겠지만, 그들은 무엇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_-;


그래서 귀랄은 주변의 성 귀랄 산으로, 클레어는 성 클레어 산으로

그리고 우리의 루는 이 픽상루로 들어와 살았고 그렇게 산의 이름이 된 거라고 한다..

루가 셋 중에 제일 오래 살아남았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픽상루의 꼭대기로 가는 초입.

남프랑스 지중해 주변 특유의 지형이다. 

가다보면 각종 허브 식물도 보인다. 타임이나 로즈마리 등등...






도중에 보이는 요새스러운 돌 건축물.

Saint Loup가 지어놓은 건 아니겠지...






그 건축물로 들어가보니, 평야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기도 하면서,

그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물론 그렇게 관광지화 되지는 않았는지,

저렇게 아슬아슬하게 쌓아놓은 돌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지 너머로 보이는 돌산의 위엄이 멋지다.







깎아 내지른 절벽이 한 켠에, 푸른 수목이 다른 한 켠에 뒤덮인 봉.






평야에 우뚝 솟아있는 모습이다.

바람도 적당히 분다. 이 주변에서 만난 프랑스인 부부에 따르면

이 곳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안전장치가 (울타리 등등) 없으므로 조심조심 돌아다니며^^;








오르는 데 긴 시간은 걸리지 않는다.

그냥 아침 나절 2-3시간이면 느릿느릿 올라가서

산책도 하고, 싸온 점심도 먹을 수 있는 정도.^^

여기 사람들은 하이킹보다는 해수욕을 더 즐기는 듯 하다.

멋진 코발트 빛 지중해가 봄여름가을 내내 부르고 있으니 말이다.




-


그리고 몇 일후 나는 짐을 싸서 정든 남프랑스를 떠났다.

눈부심과 하얗고 밝은 것들로 가득 차있는 것 같았던 가을의 남프랑스.

돌아보면.. 역시나 어딜 가서 무얼 했는가 보다는,

누구랑 다녔고, 무엇을 느꼈는가가 더 마음에 새겨진 여행이다.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렇다.


그래서 너무 박한 일정으로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살짝 안타깝다.

물론 극한의 근무조건에서 겨우 휴가내서 온 유럽에서 최대한 많이 가보고 하는

그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런데, 여행은 수학여행이 아니다. 극기훈련이 아니라는 거다.

내가 꽂힌 곳, 거기에서 오래 지내고, 천천히 보고 느끼는 것이

사진이 아니라 마음에 남는 여행을 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더라~"하는 여행담은 천편일률적이다.

그곳에서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뭘 듣고, 무엇을 발견했는가.

언제나 여행에서 발견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어수룩하고 흔해 빠진 경구일지라도, 그건 정말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