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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오후/news & thoughts

미얀마의 새로운 여정, 그리고 인사이드맨 Thein Sein

by 주말의늦잠 2013. 1. 31.


미얀마의 새로운 여정, 그리고 인사이드맨 Thein Sein




굉장히 드물게, 미얀마 (버마)의 군부는 더 이상 군부독재체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향한 여정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상부하달(Top-down)식 민주주의라? 정치체제의 변화에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민주주의로 변모했다는 것은 참 많은 의문점을 던져주는 것 같다. 특히 여전히 진행중인 아랍의 봄과 역사상 궤를 함께하는 사건이라 더욱이. 그 드물고도 이상한, 또 어떤 측면에서는 박수쳐줄 만한 변화 속에 현 미얀마 대통령 Thein Sein이 있다. 


Time지 (181호 No 2) 한나 비취의 기사에 따르면 Thein Sein은 Kyonku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대통령의 꿈은 꿔보지도 않았던 .. 소위 순박한 시골아이였다고 한다. 그는 이전 군부의 심복으로 크게 목소리를 내거나, 특정 색깔을 가진 인물이었다기 보다는 조용히 듣고 묵묵히 실행해나가는 스타일이다. 중국의 등소평이나, 남아공의 만델라와 같은 카리스마는 Thein Sein에게서는 보기 힘들다. 오히려 그러한 카리스마는 아웅산수치 여사의 것인듯.


다음 세대의 초강대국으로 부상을 꿈꾸는 인도와 중국에 접해있고, 또 엄청난 천연자원과 함께 개발되지 않는 시장으로서 미얀마는 내부의 변화와 함께 또 엄청난 외부적 변화도 겪고 있다. 과연 이러한 역사의 급물살 속에서 Thein Sein은 개혁가도를 무사히 이어나갈 수 있을까. 내부적, 그리고 외부적으로 미얀마가 당도한 큼직한 숙제들을 짚어봐야겠다.


내부적으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서의 이행기에서 군부가 또 다른 쿠데타를 단행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수치 여사의 NLD party가 점점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다음 선거에서 이기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 권력과 힘을 놓치고 싶지 않은 군부세력. 또한 미얀마는 공식적으로 135개의 소수민족이 존재하는데, 수년간 중앙군부세력과 피터치는 투쟁을 해왔을 뿐 아니라 각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이러한 소수민족의 통합문제 역시 미얀마의 민주주의로의 여정에 큰 숙제임이 분명하다. 대표적으로 서쪽의 Arakan (Rakhine)주의 무슬림 인구청소 사건이나, 카친족의 독립전쟁은 여전히 진행중인 것 같다.


외부적으로는 전통적인 이데올로기 '형님'인 중국의 권위주의체제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환영하는 미국의 거버넌스체제 사이에서 어떤 길을 찾을 것인가, 혹은 누구에게 중심축을 둘 것인가 하는 문제. 즉, 강대국 사이에 낀 소국으로서 항상 겪어야 하는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이념적, 그리고 개혁방향의 문제. 또한 이제 막 시장경제 초입에 들어선 미얀마의 경제에 서구 거대자본의 잠식이 이미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얀마의 풍족한 자연자원과 토지권, 알짜배기 계약건들은 모두 서구 거대자본, 혹은 중국-인도의 신흥자본이 독점해나가는 형국이다. The scale of graft is epidemic, 라고 타임지는 전하고 있다.


Thein Sein은 조용한 군부의 심복에서 이제는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 미얀마의 대통령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는 민주주의 없이는 미얀마의 발전이 없다는 굳은 개혁가 ("I believe we can't develop the Myanmar economy without democracy")이기도 하고 미얀마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걱정하는 ("I took up being President [...] because I wanted a better life for the people of my country") 이전 군부세력의 한 명으로는 꽤나 시혜적인(?) 관점을 가진 정치인 이기도 하다.


국민의 많은 수가 자급자족으로 살아가는 미얀마에서, 이 나라의 대통령 Thein Sein이 그리는 미얀마의 미래는 무엇이고, 실현해나갈 수 있을까. 그의 방한보다는 아웅산 수치여사의 방한이 더 큰 뉴스가 되었던 것이 갑자기 생각이 난다. 아마 다음 대통령은 수치여사가 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때까지의 미얀마의 개혁과 권력의 조정, 발전방향설정은 Thein Sein이 상당부분 책임질 것이다. 음..갑자기 그가 한국에 와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