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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오후/news & thoughts

시리아 사태

by 주말의늦잠 2013. 6. 20.



man cries while being treated in a local hospital in a rebel-controlled area of Aleppo 




지난 2, 3월부터 각종 외국 매체 (주로 Time지)에서 시리아 내전 관련한 기사를 꾸준하게 읽었다.

그 당시만 해도 아사드 독재정권과 그에 대항하는 반군사이의 전쟁 .. 정도 - 혹은 그 정도로 내가 파악 - 했던 것 같으나 현재 상황은 중동 국가들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미국, EU까지 아우르는 전면적인 전쟁이 된 것 같다.


 이제는 아사드 정권에 대한 대항의 프레임을 넘어, 아사드 정권과 이란을 배후에 둔 시아파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를 등에 업은 수니파의 Sectarian conflict의 성격을 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크게 두 갈래로 나누면 그렇다는 것인데, 실제 이 내전의 플레이어와 대결 양상은 너무도 복잡한 것이라서 이렇게 두 그룹의 갈등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언제나 편은 나뉘어 지는 것이다. 뭐라고 레이블을 붙이던 간에 각 그룹은 첨예한 이해관계를 둘러싼 새로운 플레이어들을 또 배후에 두고 있다. 레바논 베이스의 히즈볼라는 아사드 정권과 시아파를 지원하고, 이슬람계 과격주의파들은 수니파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발을 더 붙일 수도 없고 뺄수도 없는 최근의 역사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는 모르나, 미국은 아직까지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 America's Syrian Dilemma 랄까. 개입하자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기억이 되풀이 될 것 같고, 개입하지 않자니 국제적인 압박과 정치적 이해에 금이가고. 이제는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하는지도 잘 모를 것 같은 진흙탕이 되어 버린 시리아.




그러나 이렇게 엄청나게 다양한 이해관계자, 이해관계그룹, 이해관계국가들이 배후에 선 이 시리아 사태는 더 이상 눈뜨고 지켜보기 힘든 난타전이 되고말았다. 언제나 인간의 잔인성 최종을 보여주는 국지전, 내전의 성격이 여기서도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다. 특히 시리아에서는 Youtube를 통한 서로 물어뜯고 죽이고 - 유튜브에는 '실제로' 서로를 죽이고 자랑스럽게 그 참상을 화면에 담은 비디오가 한시가 다르게 업데이트 되고 있다 - 하는 Youtube war도 이 사태의 잔학성을 세계에 내보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미디어에서 회자된 것은 반군과 정부군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 다고 추정되는 그룹의 한 파이터가 정부군 한 명을 죽여 심장을 꺼내 그대로 깨물어 먹어버리는 (!) 충격적인 영상이다..  피를 보면 흥분해서 발광하는 투우 마냥, 서로 피를 본 사람들은 더 잔인하게, 더 잔학하게, 더 비인간적으로 피를 보고싶어하는 것인가?




유엔의 공식,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11년 내전의 첫 총성이 울린 후 약 8만 명의 시리아인이 죽은 것으로 합산되고, 약 4백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엄청난 숫자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약 4만명이 죽은 것으로 추정되던 어떤 시점, CNN의 인터뷰에서 한 여성이 울부짖던 것이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우리가 이렇게 무자비로 살해될 동안 이 세상이 우리를 이대로 죽게 나둘지는 생각도 못했다'. 



미국의 개입,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살포, 죽어가는 사람들, 피로 물들어 가는 시리아 땅.

현대사에서 가장 잔혹한 전쟁이 우리 시대에, 시리아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전쟁이 뿜어내는 어마어마한 죽음과 사상자와 비극과 그리고 눈물은

미국의 어디에서 공장이 터져서 5명이 죽고, 허리케인으로 50명이 죽고, 방글라데시에서 방직공작에 불이나 400명이 죽고, 한국 어딘가에서 일용직 노동자 한 명이 비관자살하고, 소말리아에서 총격전이 일어나 15명이 죽고.. 하는 이 또 다른 '전쟁'의 이야기들을 그냥 억눌러 버리는 것 같다. 8만 명. 지구 어디에선가 2011년부터 지금까지 8만 명이 죽어갔다. 8만 명의 죽음, 을 생각하는 순간 나는 그냥 진공상태에 놓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