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속을 걷다

블링크 - 말콤 글래드웰

by 주말의늦잠 2017. 1. 9.




  뭔가 이유없이 경영전략 서적이나 자기계발서를 읽으면 '진다는 기분'이 들어서 그렇게 유명한 말콤 그래드웰을 이제야 읽어보게 되었다. 말콤 글래드웰 저작 중 가장 유명한 건 Tipping Point인 듯하다. 서점가를 살펴보니 Outliers, What the Dog Saw나 David and Goliath 등 꾸준히 책을 쓰고 있으시다. 말콤 글래드웰의 첫 챕터를 읽으면서 느낀 건, 이 사람 글 진짜 잘 쓴다는 거였다. 글을 잘 쓴다는 기준은 여러가지다. 문체의 유려함, 구조의 짜임새, 주제의식, 시의성, 문장의 정확성, 기타 등등. 내가 왜 이 사람이 글을 잘 쓴다고 느꼈냐면, 나 (즉 독자)를 아주 궁금하게 만들었다. 책의 첫 장에서 뭔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독자를 자기 주장 속으로 훅 데리고 들어가면서, 자신이 이 책에서 무엇을 탐구하고 무엇을 얻어내고 독자와 어떤 점을 상의하고 싶은지, 아주 깔끔하고 명료하게 자기 어젠다를 제시한다. 구조화 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것 같다. 분명 이런 사람들은 엄청난 양의 텍스트나 정보를 소화해 내면서 어떤 기준으로 그 정보를 소화하는지 뇌 속에 구조화가 잘 되어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말콤 글래드웰은 천재의 부류는 아니지만, 수많은 정보와 데이터를 다듬고 추리고 열심히 꾸려서 독자에게 멋진 박스 안에 넣어 소개하는 방식에 그 천재성이 엿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


느낌적인 느낌?


  말콤 글래드웰의 주장. 아니 주장이라기보다는 관찰과 탐구에 의한 결론이 더 나은 단어일 듯.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의 결론은 - 우리 뇌가 내리는 찰나의 결정 즉 thin-slicing의 과정을 통한 문제해결의 힘이다. 나는 작년에 NBI 테스트를 한 적이 있는데 내가 압도적으로 좌뇌형 인간임이 밝혀졌다. 이 말인 사실의 분석, 근거에 따른 결론의 도출, 명료한 문제해결이 내 생각 구조의 기본을 이루고 있다는 거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맞다. 나는 어떤 문제 해결을 하거나, 복잡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내가 모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끌어 모아서 그 위에서 도식화를 하고, 생각을 해본 후에 결정을 내려야 '마음이 편해진'다. 지난 2-3년간 이 성향은 너무 강화된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데 말콤 글래드웰이 제시하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심리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데이터와 분석에 따른 방식보다, 찰나의 직관적 결론이 더 정합적이고 우월할 (더 나은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거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이건 정말 맞다. 우리 사회, 내가 일하는 직장의 의사결정 체계, 우리가 사회적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 선호하는 방식은, 직관을 즉흥적인 사고 나부랭이로 치부한다. '느낌적인 느낌', 이유없이, 근거 없이 어떤 판단이 설 때, 정말 설명을 할 수 없어서 느낌적인 느낌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 때가 있다. 우리는 이런 방식을 유아적이고 미성숙하다고 치부한다. 


  하지만 블링크에 따르면 이런 thin-slicing에 따른 직관적인 판단 방식은, 정보와 데이터에 근거한 체계적인 결론 도출 방식 만큼이나 중요하고, 직관적 판단의 힘을 사회적으로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 직관은 아무 근거없이 나에게 오지 않는다. 우리 좌뇌가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동안 우리의 우뇌는 통찰하고, 직관하고, 찰나의 영감을 도출한다. 가끔 끙끙거리던 문제를 한 동안 덮어놓았다가, 어느 순간 그 해결 방법이 갑자기 훅 떠오를 때가 있는데.. 아마도 우리의 뇌는 언제나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


  이 책을 읽고 나는 의사 결정 방식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놀라운 직관의 힘. 누군가의 이름과 인종, 생년월일, 출생지, 혈액형 등 다양한 정보를 받은 이들과, 누군가의 침실을 한 동안 관찰한 이들 중 누가 그에 대해 더 정확한 판단을 할까? 부부의 관계를 오랜 시간 분석해온 의사와, 15분간 부부의 일상적인 대화를 엿들은 의사 중 누가 그 부부가 이혼할 지 더 정확하게 예측할까? 온간 첨단 장비를 갖춘 전략팀과 즉흥적인 의사결정 방식으로 상황에 대흥하는 팀 중 누가 이길까? 모두 후자가 더 나은 결과나 결론을 도출한다. 


  언제나 이 방식이 옳은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문제 해결 방식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이게 블링크가 나에게 준 insight다. 이성적이고 체계적인 정부 수집과 전략적인 계획이 '언제나' 나은 결과를 도출하지는 않는다는 점. 가끔은 너무나 전략적이고 이성적이라서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 Analysis-paralysis.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는 한 개인이, 한 팀이, 한 구조가 그 정보의 홍수 때문에 얼마나 안 좋은 결정을 내리는지, 의사결정 체계가 마비될 수 있는지 내 경험을 통해 알고있다. 


  언제나 인생사에 하나의 옳은 정답은 없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 케바케가 진리다. 어떻게 케이스 하나하나를 정의하고 대응해나가는 지가 바로 나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언제나 좌뇌만을 쓰려는 자, 50%는 흥하고 50%는 망할 것이고. 언제나 우뇌만을 신뢰하는 자, 50%는 흥하고 50%는 망할 것이다. 어떤 상황에 어떤 의사결정 체계를 꾸리고, 결정을 내려야 할지를.. 그 질문에 대해 블링크가 어느 정도의 힌트를 준다. 


 이 책은 이런 점에서 좋은 책이다. Actionable 하다는 점. 책을 읽고 거기에서 바로 어떤 행동이나 사고의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


  그래서 나도 문학에 편중해온 독서 취미를 경제경영을 포함한 다양한 비문학 분야로 넓혀야 겠다고 생각한다. 2017년 onwards.. 무엇이든 편식은 좋지 않으니까.




- 11월, 2016년

'문학 속을 걷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몸의 일기 - 다니엘 페나크  (1) 2017.05.22
채식주의자 - 한강  (0) 2017.04.22
폭풍의 언덕 - 에밀리 브론테  (0) 2017.01.08
죄와 벌 - 도스토예프스키  (1) 2016.08.02
마음 - 나쓰메 소세키  (0) 201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