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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을 걷다

폭풍의 언덕 - 에밀리 브론테

by 주말의늦잠 2017. 1. 8.



# 소설 구조


  구조가 특이하다. 화자는 록우드라는 인물인데 사실 이야기에서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 말고는 그 어떤 역할도 담당하지 않는다. 그리고 록우드가 화자라는 것도 애매하다. 록우드가 가정부에게 이야기를 듣고 다시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실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가정부 딘 부인이다. 그러므로 독자가 듣는 이야기의 관점은 록우드 그리고 딘 부인, 이렇게 2명의 인물을 거쳐 전달된다. 특히 딘 부인을 그냥 제 3의 관찰자로만 보기는 어렵다. 이야기 중간에 캐서린 - 히스클리프 사이에 중요한 메신져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 히스클리프


  히스클리프. 현대의 다양한 문학이나 영화의 모티프가 된 인물인 만큼 굉장히 복잡다단한 인물인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히스클리프가 지금 현대를 살고 있다면 아마 '싸이코패스'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피눈물도 없이 자신의 목적과 욕망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고, 또 주변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외부의 평가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쓰디쓴 악플 하나에 마음에 생채기가 나는 것이 보통 인간의 생리라면, 히스클리프는 악플이 많이 달리면 달릴 수록 전투력이 활활 타올라 더 악랄한 악플로 되갚음을 하는 인간에 비유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신의 목적과 욕망이 어떻게 보면 캐서린에 대한 '사랑'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이 둘의 관계가 '사랑'인가 아닌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는 있겠다. 내가 읽은 두 사람의 관계는, 뭐랄까.. 두 영혼으로 태어났지만 사실 하나의 영혼과도 같은, 영혼의 샴쌍둥이인 것 같다. 그리고 둘 다 엄청난 개성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그렇게도 폭풍이 몰아치는 관계망 속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치며 살아간다. 집착, 무섭도록 자연스럽고 강력한 집착으로 맺어진 관계로 보이기도 하는데, 이게 정말 사랑일까.. 하는 생각은 든다. 둘은 정말 사랑했지만, 그 사랑이 그 당사자들에게는 결국 정신착란과 죽음으로 이르게 하는 강력한 포스를 내포하고 있다. 


  이렇게 폭풍처럼 몰아치는 감정을 생애에 한 번이라도 경험하는 인간이 얼마나 될까? 내 목숨을 내놓고서도 바라는 것을 위해 달리는 인간상이 이 시대에 존재하나? 이런 관점에서 폭풍의 언덕은 우리 이전 시대의 이야기다. 우리는 돈에, 자본에, 시장에, 외부세계에 내면을 너무나도 많이 뺏겨, 사랑 하나에 집중하기는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 이야기는 낡아보인다. 인간은 더 복잡다단한 욕망의 덩어리에 의해 움직인다. 그래서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로맨틱'하다. 정말 사랑 하나에 웃고 울고 무너지고 하늘을 날고 그리고 인생을 바치는 사람들이기에.




- 12월,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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