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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을 걷다

채식주의자 - 한강

by 주말의늦잠 2017. 4. 22.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 상을 수상했다고 독서 커뮤니티가 떠들썩 했던 기억이 난다.

맨부커 상이라면 노벨문학상과 콩쿠르 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일 뿐더러,

맨부커 상을 받은 소설이라면, 혹은 최종심까지 오른 작품이라면 걍 '닥치고 읽는'게 인지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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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소설은 많이 읽어보진 않았는데, '희랍어 시간'은 부분부분 읽었고, '소년이 온다'는 읽으려고 시도만 하고 있었다.

'소년이 온다'같은 경우는 읽고 나서 너무 마음에 타격이 클까봐 감히 못 읽고 있었던 것인데.. 아직도 못 읽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 이 때다 싶어서 채식주의자를 사와서 읽기 시작했다.


3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작품을 구성한다. 교보문고에서 책을 사서 지하철에서 읽기 시작하는데

첫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 심장이 엄청나게 빨리 뛰기 시작했다.

문체와 묘사가 섬뜩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아름다워서 완전 빨려들어가기도 했지만..

고기를 먹지 않으려는 딸에게 아버지와 가족이 가하는, 이상한 가부장적인 폭력이 그려지는 장면에 감정이입을 심하게 해서 그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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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이 소설을 읽고나면 어떤 상황을 상정해보게 된다.


내가 만약 이 소설이 그리는 일련의 이야기를 인터넷 가십이나 매체의 뉴스로 들었다면?

아마 별 또라이들이 다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학은 우리가 흔히 외면을 보고 정상이 아니거나, 미쳤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나 상황을 

얇게 저미고, 분해해서 사실 그게 인간 본연의 모습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한 인간의 정체성, 욕망, 예술혼, 그리고 일정 수준의 폭력.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은 얼마나 무의미한가.


식물적인 삶. 예술혼으로 사회의 통념과 자기 자신을 넘어서려는 인간. 

폭력에 대한 극단적인 거부. 그리고 그런 삶과 인간들을 지켜보며 견뎌내야 하는 또 다른 인간.


어떤 경계를 넘어서려는 인간의 삶.

그 경계를 언제까지 넘지 않을 것이고,

넘어서는 어디까지 추구할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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