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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생각/남프랑스 - Sud de France

예쁜 중세 성채도시, 카르카손 (Carcassonne)

by 주말의늦잠 2014. 12. 6.


<중세의 예쁜 성채도시 카르카손>

- 남프랑스 여행



프랑스 남부 오기 전에, 프랑스 친구들이 이야기했던게

오~ 그 남부의 중세 도시들 꼭 둘러봐야 되!


프랑스 남부는 근현대 이전에는 현재 프랑스의 영토와는 전혀 다른

왕국의 영토였고, 실제로 문화 및 언어도 달랐기 때문에

로마 유적 뿐 아니라 이 중세의 성채도시들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랑그독 루씨옹 지역의 론리플래닛 부분을 보면 카르카손은 대표 관광지로 나와있다.


그러나그 당시에는 뭔 성채도시여~ 와인 마셔야지~ 했지만,

어디든 여행 가면 이런거 있지 않은가, '아.. 뭔가 가보긴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래서 가봤다. 그리고 실망은 커녕 완전 재밌게 구경하고 나왔다.





로마시대에 사용되었던 방어 시설 위에 지어진 카르카손 성은

13세기 십자군 전쟁에 항복하면서 아주 많은 부분이 훼손 되었었다고... ㅠㅠ

그런데 나중에 새롭게 도시를 재건하라고 왕이 명령을 내리고

다행이 현재의 생 루이 요새 Bastide Saint Louis로 남아있는 거다.


이 성채도시의 특징은 '마녀모자 지붕'이라고 론리플래닛인지 누군지가

이름지은 저 지붕이다. 진짜 마녀 모자 같잖아.

뭔가 진짜 진지한 중세 성채같아....!=_=;






이 성채도시는 두 개의 큰 외벽으로 둘러쌓여있고 53개의 탑 등이 있다.

처음에는 작은 외벽으로 시작했는데, 왕국이 성장하면서 외벽을 하나 더 지어

한 마디로 확장공사를 한 흔적인거지.


성벽 바깥은 원래 운하로 연결되는 물이 흘렀었으나 지금은 흔적도 없다.

주변 Canal du midi는 유럽인들이 유유자적하러 찾는 예쁜 운하 중 하나다.

유네스코 등재 뙇!







우리는 약 열명 정도의 프랑스인들과 프랑스어 투어 가이드르 들었다.

물론 나의 짧은 불어로는 열정적인 투어 아저씨의 설명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분명 그 투어가이드 아저씨에게는 역사덕후의 후광과 함께,

나는 이 일이 정말 재밌고 즐거워서 침이 튀어도 상관없다.......정도의

흥미진진함이 휘돌고 있었으나 난 이해가 안 되서ㅋㅋㅋ

친구한테 계속 번역해달라고 그랬다.-_-;


뭐 윗 사진은 투어를 시작하는 성채 중앙의 안뜰.

저런 곳에서 왕좌의 게임에서처럼 도시국가들의 왕들이 막 행차하고

그런 모습이 그려지는 듯도....








그리고 방어용 성채 외벽이므로 역시 파노라마 포인트는 높다.

그래서 카르카손 도시 전경을 한 번에 바라볼 수 있다.

재밌는 건, 이런 건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왕과 귀족 혹은 무인들이 사는

성 '안'과 '밖'이 나뉘고 밖은 그냥 일반 백성들이 뭐 팔거나 소작농 하면서

살아가는 그런 거였는데, 카르카손에서는 그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거.


저렇게 딱딱한 돌로 지어놨으니 뭐.. 붕괴의 위험도 좀 줄었을 수도 있겠으나,

나는 여기서 유럽인의 정체성으로 대표되는 '보존의 가치'를 느꼈다.


우리나라였음 바로 재개발이여.

어디든 도시계획 하는 사람들은 개발과 보존의 균형추를 잘 놀려야 할 듯하다.








그리고 성채 안에는 각종 전투와 중소규모, 심자군 전쟁에서 죽은

기사들의 무덤이 있다. 혹은 그들을 따서 만든 석상이나, 저런 묘비.

그리고 그들의 모습에서 그 기사가 생전에 어떤 지위였는지,

어떻게 죽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것도 그 역사덕후 가이드 아저씨가 설명해준건데.....







뭐 이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이 기사의 경우는 누워있으니까, 전투에서 죽은게 아니라 지 수명 다하고 죽은거다.

그리고 저 옷의 길이를 봐서도 얼마나 높은 기사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참 역사덕후들은 이런거 하나 봐도 이야기 하나가 딱 나오니

재미있겠다. 


그런데 이 석상의 주인공의 경우에는, 침략전쟁할 때

거의 살인마 수준으로 한 마을 도시를 파괴하고 다 죽여버린 기사라고 한다. -_-;

이런 놈들은 중세에서는 고위 기사가 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사이코패쓰가 되는거 같다. 음 역시 타이밍은 진리.






안뜰의 큰 나무.

원래 이 나무는 없었는데, 관광객들 쉬라고 심어놓았다고 했다.

실제로 성을 다 둘러보고 한가하게 앉아서 쉬는 가족이나 연인을 많이 봤다.

중세성채도시의 한 중앙에서 쉬는 그 오후의 나른한 순간,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흐르는 듯 했다.







카르카손 성채도시 그 외의 도시 부분에서도 역시,

원래의 도시에 현대적인 가게들이 간판을 놓고 영업한다.

참 재밌다. 우리나라로 치면, 사대문 성 밖의 한옥 및 초가집이 그대로 남아서

거기서 '페이스샵'이니 '파스쿠치'니 해서 상점 및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다.

음, 우리 나라로 치면 '행운떡집'이나 '삼거리 찻집' 뭐 이래야 되나? =_=?


암튼 나는 유럽오면 이런 건 참 보기 좋다.

건전한 문화적 보수성, 이랄까... 그 유럽인들의 자만해서 꼴보기 싫다가도,

자기 역사와 문화에 긍지를 가지고 행동으로 옮기는 그 의식이랄까,

그게 참 좋아 보인다...







암튼 가이드 아저씨 투어 끝나고 외곽 성벽을 둘러 보는데, 바람 엄청 분다!

실제로 랑그독 지방과 이 남부지방에는 바람도 엄청 불고, 좀 사막처럼 건조해서

도로를 달리다 보면 풍력에너지에 사용하는 거대한 하얀풍차가 많이 보인다.

한 때는 풍차가 자연풍광을 훼손하고, 새들을 많이 죽인다는 이유로

데모도 많이 했다고 하나 (역시 프랑스인들ㅋㅋㅋ) 이제는 다들 걍 받아들이는 듯.







긴 성외곽 나들이 마치고 안으로 들어오니

이렇게 미니어쳐로 성채도시의 전면도를 구현해 놨다.

역시.. 외곽 투어는 오래 걸리는 이유가 있었다. 엄청 크다!






관광객들이 거의 빠져나간, 관람 종료 시간 전.

우리는 이 성채도시가 넘 아기자기하고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어서

관람종료 끝날 때까지 둘러보고 나왔다.


여기서 사진 찍으면 뭔가 사진도 되게 잘 나온다.

햇빛도 되게 까락까락하게 건조하고, 거기에 비친 성벽의 돌 재질이

되게 사진 빨을 잘 받는달까?






다시 봐도 신기한 마녀모자지붕.









성채도시를 나오면, 좁은 골목길에 각종 중세시대의 코스튬이나

기사의 칼을 팔기도 하고, 예쁜 포장이 된 젤리와 사탕을 파는 작은 잡화점이 즐비하다.

노천레스토랑에서 '중세의 닭요리' 따위의 이름을 달은ㅋㅋ

그런 요리를 먹는 미국인들도 보이는 듯 하다.


프랑스 남부 역사와 예쁜 성채의 감각에 푹 젖어볼 수 있는

즐거운 하루 였다.


참고로 카르카손은 유명한 보드게임이라고도 한다....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