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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을 걷다

인상적인 책들 - 문학

by 주말의늦잠 2018. 7. 14.


2018년 7월, 

간만에 블로그를 보니 오랫동안 책 리뷰를 너무 안 해서 여기다 대충 stock-taking.





문학

  • 달콤한 내세 - 러셀 뱅크스
  예상하지 못했던 스쿨버스 사고로 동네에 사는 20여 명의 아이들이 죽은 후 그 마을에 일어나는 이런저런 이야기. 그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물들의 심리와 상태가 서술된다. 아이들이 한꺼번에 갑자기 죽는 사건이라는 것이 한국에서 너무나 깊은 함의를 가지기에... 조용한 마을에 불어닥치는 일련의 일들을 집중해서 탐독했다.

  • 시대의 소음 - 줄리안 반스
  구 소련 공산체제의 천재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생을 생생하게 소설로 되살려 낸 줄리언 반스. 줄리언 반스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너무 소름돋는 독서체험을 하게 해줘서 좋아하게 된 작가인데, 사실 소설이나 에세이들이 '예감은..' 빼고는 읽기 녹록치 않다. 일신의 영광과 안전, 체제와의 타협, 예술적인 신념 사이에서 위태롭게 줄다리기 하는 천재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 오베라는 남자 - 프레드릭 배크만
  •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요나스 요나손
  이 두 권의 책은 여행길에 비행기/공항 대기시간에 읽으려고 산 책들인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어떤 면에서? 실소를 금하게 하는 북유럽의 유머와 함께 5초에 책 한 장씩 넘어가는 엄청난 가독력. 정말 신나고 재미있는 스토리를 읽으며 말 그대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 비행운 - 김애란
  • 바깥은 여름 - 김애란
  김애란 작가님은 내가 애정하는 한국 작가 중 한 명인데, 역시 단편에 강하신 것 같다. 신간인 '바깥은 여름'을 사서 읽으면서, 같이 예전에 나온 '비행운'도 읽었다. '비행운'에서는 역시 조금더 젊은 작가의 느낌이나는 반면, '바깥은 여름'에서는 뭐랄까, 작가님이 세월호 사건을 겪고 소설이 깊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한국 작가들의 최신작을 읽으면, 역시나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작가들은 사회의 아픔을 가장 빠르고 깊고 처절하게 겪어내는 감수성을 가진 집단이라는 점에서, 이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바깥의 여름'의 첫 소설 꼭지인 '입동'을 읽으면서는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거대한 사건, 자신의 아이가 분명 이유없이 죽음을 당했는데, 그 죽음으로 꽃매를 맞는 젊은 부부의 마음 상태와 세심한 심리묘사에 가슴이 아팠다.

  • 쇼코의 미소 - 최은영
  처음 읽은 최은영 작가님의 작품. 이 소설집의 특별한 점은 소설 속의 화자가 한국에 국한된 스토리 텔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권에 맞닿은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 화자가 해외생활을 하거나, 어딘가에 봉사활동을 가거나 하면서 그곳에서 만난 이들과의 섬세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 전 단락에서 서술했듯이, 역시나 세월호 사건 이후의 사건도 소설화 되어있다 (미카엘라). 물론 김애란 작가처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으나, 역시나 작가의 감수성으로 조용히 우리 사회를 들여다 보고 이야기를 써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오직 두 사람 - 김영하
  •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김영하 작가님의 단편 소설집 그리고 장편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는 알츠하이머 병 때문에 기억을 읽어가는 노인이 화자로 등장한다. 이 노인이 사실 아주 '유능'한 연쇄살인마라는 것이 흥미롭다. 죽음을 마주하며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공감'을 하지 못하는 사이코 패스적인 면모를 보이는 노인의 내적 독백과 사건 전개가 흥미로웠다. '오직 두 사람'의 경우는 이 전에 서술한 대로, 역시 김영하 작가님도 세월호 사건 이후 뭔가가 바뀐 듯 하시다. 사실 작가의 말에서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계시다. 특히 실종된 아이에 관한 이야기, '아이를 찾습니다'가 인상적이었다.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이야기.

  •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앤드루 포터
  이 단편 소설집은 앤드루 포터의 첫 소설집인데, 이야기 하나하나가 소중해서 아껴가며 여러 번 읽고 있다. 각 단편의 화자들은 과거의 사건을 기억하고 되짚으면서, 그 사건이 현재까지 자신의 마음에 일으키는 물결에 대해 담담히 서술한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것은 역시 표제작, 줄거리를 여기에 잠깐 적자지 굉장히 삼류소설스러워 지는데...? 훌륭한 소설의 특징이라면 역시 가장 흔하고 통속적인 주제에, 인간적인 통찰과 깊이를 더해 어떤 보편성을 이야기 하는 데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이 그런 것 같다.

  • 나를 보내지마 - 가즈오 이시구로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라 읽었다. 스포일러를 싫어해서 아무 정보도 없이 읽었는데, 소설 중반부에 가서야 소설의 중요한 실마리를 얻게 되었다. 일본계 영국인 작가라고 해서 약간 일본스러운 느낌이 있으려나 했으나, 오히려 이 소설은 굉장히 '영국적'이다. 일본계, 한국계 혹은 뭐 포르투갈 계, 인도 계라고 해서 그 작가의 영어로 씌여진 소설이 그 제 3의 문화를 반영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게 아마도 '신 오리엔탈리즘'일 수도 있다. 그 나라에서 나고 자라, 결국은 이름과 외모만으로만 혈통에 연결되어 있다면, 즉 세계관, 사상, 교육, 문화 모든 것이 그 나라의 것이라면. 그 작가에게 이름과 외모 때문에 계속 혈통에 관련된 특색을 찾으려 노력하고 특징지으려 하는 것 자체가, 작품이 아니라 작가에 너무 치중하는 독서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 당신 인생의 이야기 - 테드 창
  이렇게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인 SF 단편 소설집은 처음 읽어봤다. 읽으면서 과학적 상상력이 흔히 말하는 인문학과 맞닿을 때 이루는 통찰과 특별한 질문들. 특히 표제작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언어학과 외계인의 만남을 철학적 주제로 풀어간다는 점에서, 그것도 너무나 세심하고 유려하게 풀어간 다는 점에서 생각 날 때마다 계속 읽고 있다. 이 소설 안에는 특히 과학과 필연성, 자유의지에 대한 숨겨진 질문이 던져져 있는데, 이에 대한 작가의 통찰이 엿보인다.

  • 친구사이 - 아모스 오즈
 역시나 아모스 오즈의 단편집. 내가 처음 읽어본 히브리 문학이 아닐까 싶은데 즉 이스라엘 계 작가의 소설.. 키부츠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개인들의 이야기를 굉장히 담담하게 가치중립적으로 서술해나간다. 단편 소설속의 인물들은 여러 사건을 얽히고 섥혀 단편 소설집 중간중간에 아, 이렇게 맞닿는구나.. 하는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모든 단편소설의 마지막이 아름답고, 빨리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가만히 생각해 보게 되는 울림을 준다. 일상의 서사에서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작품. 역시 나는 이런 종류의 단편집을 좋아하는 듯 하다.

  • 세계문학 단편선 12 - 플래너리 오코너
  플래너리 오코너의 모든 단편집이 모인 책이다. 미국에서는 거의 현대고전으로 취급된다고 하는데, 나는 이 단편선을 다 읽고 나서 플래너리 오코너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 노예제가 폐지되고 나서도 아직도 인종분리 문화가 남아있는 미국 남부 특히 농촌마을의 개인들이 자주 등장한다. 일상적이면서도 굉장히 섬뜩하고 종교적인 계시가 담긴 작품이 많다. 재미있게 읽은 단편은 '좋은 사람은 드물다', '좋은 시골 사람들' 그리고 '절름발이가 먼저 올 것이다'.

  • 동급생 - 프레드 울만
  나치 독일의 전횡이 무시무시해져가던 시기의 두 소년의 우정을 그린 짧은 소설. 짧은데 마지막 장에서 주는 임팩트가 있다. 굉장히 잔잔하고 마음 아프게 흘러가던 이야기가 마지막 장에서 먹먹한 감정으로 바뀌어 버리는 경험. 스포일러를 싫어하므로 나도 하지 않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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