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아지에 대한 생각
나의 강아지, 뽀송이. 나의 늙은 강아지, 뽀송이를 이제 '그'라고 지칭한다. 그의 눈 속에는 항상 쳐다보는 그 사람이 온전히 담겨있다. 이 세상에 그 무엇도 필요없고, 그냥 나만 있으면 된다는 그 애절함, 안절부절함, 그리고 애정. 어쩌면 개의 애정을 논한다는 자체가 넌센스일지도. 하지만 개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그들은 우리를 이해하고, 우리의 생활을 이해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거의 9년간을 우리 집에서 지내는 동안, 그는 명실공히 우리 가족의 다섯번째 일원이다. 누가 현관문에 들어서든지 가장 먼저 달려가 반기는 게 그이고, 항상 사람이 밥 먹을 때 자기도 따라 밥 먹는 습관이 들었다. 내가 나갈 채비하는 건 어찌나 잘 눈치채는지, 그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지도 모른 채 화장을 끝내고 방을 나설때면 뒷..
2015. 5. 9.
유죄추정의 원칙
다들 봄기운에 신이 난 표정이었다. 봄 나들이를 가는 커플들의 깍지낀 두 손에도, 살랑거리는 치맛결에도, 사람들의 표정과 길거리에도 긴 겨울 끝에 드디어 찾아온 봄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찬 듯 했다. 그런데 4월은 기대를 하게 하다가도, 새삼 잔인한 달이라는 확증을 굳힌다. 4월 16일에도 비가 왔고, 오늘 19일도 비가 왔다. 안 그래도 요즘 인간 사회라는 것에 염증을 느끼던 차였다. 뉴스를 봐도, 읽을 거리를 눈 앞에 두고서도, 피하고만 싶다. 나의 뇌가 뉴스를 보고, 듣고, 읽고, 받아들이는 행위를 거부하던 차였다. 이 염증이 이 사회에 대한 것인지, 인간들의 행태에 대한 것인지, 혹은... 나의 무능력에 대한 것인지 궁금하던 차였다. 그러던 차에 신형철 평론가님의 '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읽게 되었..
2015.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