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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시간은 참 잘 간다. 얼마 전에 친구랑 얘기하면서, 시간이 정말 가속페달을 밟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일정한 속도의 등속도 운동이 아니라, 시간은 마치 가속도 운동을 하는 모양새다. 2013년의 가나에서의 6개월이 마치 2016년 탄자니아에서의 1년 같다. 하루하루를 응축해 경험하는 것인지, 경험의 양이 쌓여 새로울 것도 없는 나날이 더 많아지는 건지..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득하기도 하다. 몇 달 전에 고민하고, 머리를 싸매고, 불평하던 것들이 별 것 아닌 것으로 판명됨은 필히 시간이 장기를 부린 것이리라. - 이번 해는 내가 기록을 남기는 데에 매우 게을렀다.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글쓰기에의 관성이 옅어진 한 해였다고 해두자. 이상하게도 글쓰기는 내 마음의 짐과 같다. 한 달에 일기를 .. 2016. 12. 6.
죄와 벌 - 도스토예프스키 - 범인(凡人)과 비(非)범인. 평범한 인간과 천재적인 인간의 두 종류. 범인은 기존의 도덕과 법률에 복종해야 하지만, 비범인은 그것들을 초월할 수 있다. 죄의 상대성. 수 천의 인간을 죽여도 영웅으로 칭송받는 부류 (나폴레옹)가 있는가 하면 빵 하나 훔쳐도 감옥에 가야하는 부류가 있다.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을 비범인이라 여기고, 사회의 기생충이라고 생각하던 노파를 살해한다. - 양심의 가책과 정신적 착란. 고민과 과대망상증.. - 소냐. 기독교적 감화? 종교. - 스비드리가일로프. 선한 인간과 악한 인간의 경계는 없을지도. - 도스토예스키의 소설에는 정말 다양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인간성을 통찰하는 주제의식. tbc.. - 7월, 2016년 2016. 8. 2.
[영화] 홀리 모터스 (2012) 우리는 우리 삶의 주연 배우다. 우리가 맡은 역할이 사소하고 작을지라도,내가 주연배우임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리라.. *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에도 그렇다, 나는 어떤 역할을 연기하기위해 가면을 쓴다.내가 완전한 내가 되는 순간은 나 혼자 있을때, 그 누구도 나를 지켜보지 않을 때.그러나 사회적인 동물로서 나는 끊임 없이 사회적 관계망에 놓이게 된다.그 관계 속에서 나는 나를 연기해내야 한다. (충격적이고 난해해서 마음에 많이 남았던 영화라 짧게 기록해둔다) 2016. 5. 22.
불평의 마음 상태에 대하여 블로그의 지난 포스트를 보니 3월 20일이 마지막 작성일이다. 일기장을 들춰보니 4월 21일이 마지막 작성일이다. 에버노트 노트를 보니 2주 전에 마지막 메모를 적었다. 오늘은 5월 22일이다. 아주 오랫동안 깊게 생각을 하지 않고, 그 생각을 글로 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뭘까. 바빴을까? 물론 바빴다. 일에서도 점점 적응을 해가고, 생활도 안정권에 들어서면서 하루하루가 짧아져갔다. 그런데 앉아서 생각 한 줄 못 내놓을 정도로 바쁘진 않았다. 물리적으로는 언제나 저녁이나 주말에 시간이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집과 월세 선금에 관련한 자질구레한 행정절차가 계속 나를 괴롭혔다. 일에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첫 몇달이 흘러가질 않아 이래저래 고군분투했다 (아직도 하고 .. 2016. 5. 22.
아프리카에 대한 흔한 편견 아프리카에 와보거나 몇 년 일해본 사람들이라면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에 대해 익숙할 것이다. 원시적이고, 동물들이 뛰놀고, 몸에 중요 부분만 가린 원시 부족들, 초원, 문명이 닿지 않은 곳... 그리고 아이들이 배고파 굶어 죽어가고, 전쟁과 내전과 폭력으로 얼룩진 장소.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란 이렇게 원시적이거나 부정적이다. 만약 당신이 탄자니아에 와서, 혹은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에 와서, 그 나라 사람들이 '아, 한국. 북한, 핵, 자살 많이 하는 곳?'이라고 논평한다면 어떻겠는가 (실제로 가나 동료와 겪은 일이다)? 북한, 핵, 높은 자살률은 우리 나라를 설명할 수 있는 수 많은 퍼즐 중 소수에 불과하다. 그 외에도 얼마나 무궁.. 2016. 3. 23.
이사 어제 이사했다. - 3주 정도 사무실 주변에 있는 아파트를 돌아본 결과 제일 마음에 드는 곳으로 결정했다. 내 이름으로 처음 계약이라는 것을 해보아서 싸인하기 전까지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이렇게 혼자 나와 살면서 - 그게 서울이든 아프리카의 어떤 도시든 -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해 보면서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 서울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살고, 가나에서는 약식 계약처럼 하루만에 집 정착을 끝내버렸었다. 그래서 이렇게 어떤 법적인 효력이 있는 여러 장의 계약서를 읽고, 네고하고, 마지막으로 싸인을 해서 이사까지 마친 건 내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다. 책임감이 이렇게 현실성 있는 실체로 다가온 것도 처음이다. 아프리카의 모든 도시가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여기서는 월세 계약을 해도 보통 6개월에서 1년 .. 2016. 3. 20.
삶은 이어진다 삶은 이어져야 한다. 일은 해야하고, 글은 써야하며, 삶은 살아야한다. 그래서 이어져간다. - 다레살람에 도착한지 2주가 되었다. 그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나서 마치 2달이라도 된 느낌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아프리카 대륙에 나와 사는 게 두 번째이다 보니, 계속 여기서 겪는 경험을 아크라에 비추어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아- 여기는 아크라보다 맥주가 조금 더 비싸네, 여기는 아크라보다 치안이 더 안 좋네, 아크라에서는 이랬었는데 여기는 저러네, yada yada.. 그렇다. 이 곳은 아주 다른 곳이다, 아크라와는. 왠지 모르게 아크라가 조금 어리숙한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었다면, 다레살람은 더 닳아 빠지고 스케일이 크다는 느낌을 준다. 우선 인도양에 접해있어 여름 휴양지로 인기가 있는 곳이고, .. 2016. 3. 11.
탄자니아 도착 어제 탄자니아 다레살람에 도착했다. 공항에 짐을 낑낑대며 끌고 나오니 사무소에서 드라이버가 픽업을 와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성 김씨와 같이 흔한 이름인 모하메드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공항의 아스팔트 길에서 푹푹 찌는 열기가 올라온다. 아프리카에 또 왔구나, 더운 공기가 정신을 들게한다.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길은 교통정체가 심했다. 트래픽은 아크라보다 심한 것 같다. 아크라도 장난 아닌데... 중소득국의 전형적인 도로 모습인지도. 길은 이차선인데 너도 나도 자동차를 모느라 도로가 차로 가득하다. 차를 운전하려던 생각이 싹 가신다. 호텔에서는 registration form 에 내가 North Korean 으로 적혀있다. 난 분명 Korean이라 하고 내 여권도 보여줬는데... 뭐 Chinese라고 안 적.. 2016. 2. 26.
마음 - 나쓰메 소세키 나쓰메 소세키가 사망하기 2년 전 발표했던 소설. 얼마 전에 소세키의 데뷔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고, 이번에는 거의 마지막 작품을 읽었다. 젊었을 때의 유머와 치기, 세상에 대한 날선 비판보다는 내면과 자아 성찰, 인간의 본성에 대한 연구가 돋보인다. 구정 전후로 읽었는데, 흡입력이 매우 높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결국 마지막까지 읽어내야 한다는 말이다. 게다가 나는 대학 때 이 소설을 이미 읽어서 결말이나 진행구조를 알고 있어서 그랬는지, 나와 선생님의 대화, 그리고 죽음을 테마로 한 나와 아버지의 관계, 나와 사회의 관계에 대해 더 치중해서 읽었다. 첫번째 장 '선생님과 나'에서는 화자인 나와 선생님의 관계에 주력하고 있다. 동성애적 코드가 있다고 하면 좀 망발일지 모르나, '나'가 선생님에.. 2016.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