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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시절 - 조지 오웰 2021년 3월 말에 경황없이 양곤을 떠나 서울에 도착했다. 다행히 코로나 음성확인서는 미얀마에서 귀국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특별면제사항이었다. 머리가 산란스러웠고,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들었다. 3월 내내 내가 살던 도시 양곤에서는 사람들이 군경의 총에 픽픽 쓰러졌다. 그들은 몸을 쏘는게 아니라 머리를 조준사격했다, shot to kill. 이게 내가 2년동안 살았던 나라란 말인가..? 마치 인지부조화의 늪에 빠진 듯 했다. 어떻게 이런일이 있을 수가... 이 아름다운 나라에 이런 일이 있어야 한단 말인가. 또? 그렇다. 미얀마는 쿠데타가 낯설지 않은 나라다. 영국으로부터 독립 후 60년 이상을 군부 지배하에 있었고, 그 사이에 크고 작은 쿠데타는 몇 번 일어났다. 1987년 한국의 광주 민주화 운동, .. 2021. 5. 3.
KMCO 활동수기: 유니세프 (2021년 초 활동수기 내용을 복사해놓음) 지원 배경 및 활동 수기 목적 KMCO로 미얀마에서 일을 시작하며, 제가 크게 기대했던 점은 교육 프로그램 경험과 재난 (Emergency context) 국가 경험이었습니다. 이 전에 유엔개발계획 가나와 유니세프 탄자니아 국가사무소에서 프로그램 전반 전략 기획이나 M&E, reporting 그리고 조사연구업무를 담당 했었으므로, KMCO프로그램에 지원할 당시 저의 지원 전략 역시 KMCO를 통해 일반 지원 절차로 경쟁하기 힘든 부문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활동수기는 필연적으로 개인의 경험의 영역이기 때문에, 이 수기는 주로 앞으로 KMCO를 지원하시고 활동하실 후배들을 타깃으로 서술하겠습니다. 활동 시작 및 KMCO개인 역량 강화 미얀마의 건기.. 2021. 4. 30.
인상적인 책들 - 문학 2018년 7월, 간만에 블로그를 보니 오랫동안 책 리뷰를 너무 안 해서 여기다 대충 stock-taking. 문학달콤한 내세 - 러셀 뱅크스 예상하지 못했던 스쿨버스 사고로 동네에 사는 20여 명의 아이들이 죽은 후 그 마을에 일어나는 이런저런 이야기. 그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물들의 심리와 상태가 서술된다. 아이들이 한꺼번에 갑자기 죽는 사건이라는 것이 한국에서 너무나 깊은 함의를 가지기에... 조용한 마을에 불어닥치는 일련의 일들을 집중해서 탐독했다. 시대의 소음 - 줄리안 반스 구 소련 공산체제의 천재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생을 생생하게 소설로 되살려 낸 줄리언 반스. 줄리언 반스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너무 소름돋는 독서체험을 하게 해줘서 좋아하게 된 작가인데, 사실 소설이나 에세이.. 2018. 7. 14.
몸의 일기 - 다니엘 페나크 아버지의 놀라운 선물. 이 책은 장편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내용은 현실 기록물에 가깝다.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고, 평소에는 몸에 대해 관심도 없는 듯이 행동하던 아버지가 13세부터 죽을 때까지 적은 자신의 '몸'에 대한 일기를 딸에게 남긴 것이다. 특히 일상 생활에서는 금기로 분류되는 배설이나, 성, 질병, 노화, 이상한 몸의 징후 등 - 자신이 감지한 몸의 모든 것을 기록했는데 마치 누군가의 일기를 몰래 읽는 듯이 흥미롭다. 그리고 일기의 년도에 따라 이 13살의 소년도 성장하고 늙어가고, 유럽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건들 - 특히 세계대전 -이 한 인간의 몸에 미치는 영향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된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몸에 대한 담론은 저열하고, 정신과 이상에 대한 담론은 고상하다고 느끼게 한다. .. 2017. 5. 22.
채식주의자 - 한강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 상을 수상했다고 독서 커뮤니티가 떠들썩 했던 기억이 난다.맨부커 상이라면 노벨문학상과 콩쿠르 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일 뿐더러,맨부커 상을 받은 소설이라면, 혹은 최종심까지 오른 작품이라면 걍 '닥치고 읽는'게 인지상정. - 한강 소설은 많이 읽어보진 않았는데, '희랍어 시간'은 부분부분 읽었고, '소년이 온다'는 읽으려고 시도만 하고 있었다.'소년이 온다'같은 경우는 읽고 나서 너무 마음에 타격이 클까봐 감히 못 읽고 있었던 것인데.. 아직도 못 읽고 있다.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 이 때다 싶어서 채식주의자를 사와서 읽기 시작했다. 3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작품을 구성한다. 교보문고에서 책을 사서 지하철에서 읽기 시작하는데첫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 심장이 엄청나게 빨리 뛰기 시작.. 2017. 4. 22.
생활 업데이트, To post list * Quick Update 다르에르살람에서는 이제 2년차가 되었다. 1년이 굉장히 빨리 흐른 것 같기도 하면서도, 작년 2월에 비행기에서 내려서 첫 호텔에 묵었던 걸 상기해보면 이 1년이 '두꺼웠다'고 생각된다.이 두꺼움은 거의 개인적인 성장 - 특히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 능력 -에서 온게 아닐까.그리고 그 새로운 환경에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하는지, 어떻게 기뻐하고 힘들어하는지 관찰하며나에 대해 더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 정말로 나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이번 년도에는 몇 가지 변화가 있다. 일에서는 이제 두 개의 팀에 걸쳐 일하게 되었고 (여전히 세부 사항은 진행중..), 나도 거의 모든 이들을 알고, 모든 이들도 나를 안다. 또 원래 팀도 훨씬 커져서, 팀 다이내믹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 2017. 3. 22.
새 술은 새 자루에 권력이 그렇게도 좋은 것인가. 권력을 가져본 적도 없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권력은 '내가 남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만족감'에서 그 달콤함이 있는 듯 하다. 심지어 강제하지 않아도, 알아서 설설 기고, 존경받고, 대접받는다. 최근 XXX 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걸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새 술은 새 자루에. 전형적인 공무원 스타일. 올드. 식상함. 이는 느낌이나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다. 생각 방식과 세계관과 실제 정책 방향이 그렇다. 지난 정권에서 우리는 경제 민주화나 인권에 대한 어젠다를 많이 잃었다. 최소한의 역할도 못 해내는 정부의 무능함 때문에 수많은 아이들을 잃었고, 그 주변에서 이데올로기와 색깔 싸움은 활개를 쳤다. 이제는 그게 무능함이 아니라 그냥 ㅄ 같은게 부패하기 까지 한 정권이었음.. 2017. 1. 15.
블링크 - 말콤 글래드웰 뭔가 이유없이 경영전략 서적이나 자기계발서를 읽으면 '진다는 기분'이 들어서 그렇게 유명한 말콤 그래드웰을 이제야 읽어보게 되었다. 말콤 글래드웰 저작 중 가장 유명한 건 Tipping Point인 듯하다. 서점가를 살펴보니 Outliers, What the Dog Saw나 David and Goliath 등 꾸준히 책을 쓰고 있으시다. 말콤 글래드웰의 첫 챕터를 읽으면서 느낀 건, 이 사람 글 진짜 잘 쓴다는 거였다. 글을 잘 쓴다는 기준은 여러가지다. 문체의 유려함, 구조의 짜임새, 주제의식, 시의성, 문장의 정확성, 기타 등등. 내가 왜 이 사람이 글을 잘 쓴다고 느꼈냐면, 나 (즉 독자)를 아주 궁금하게 만들었다. 책의 첫 장에서 뭔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독자를 자기 주장 .. 2017. 1. 9.
폭풍의 언덕 - 에밀리 브론테 # 소설 구조 구조가 특이하다. 화자는 록우드라는 인물인데 사실 이야기에서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 말고는 그 어떤 역할도 담당하지 않는다. 그리고 록우드가 화자라는 것도 애매하다. 록우드가 가정부에게 이야기를 듣고 다시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실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가정부 딘 부인이다. 그러므로 독자가 듣는 이야기의 관점은 록우드 그리고 딘 부인, 이렇게 2명의 인물을 거쳐 전달된다. 특히 딘 부인을 그냥 제 3의 관찰자로만 보기는 어렵다. 이야기 중간에 캐서린 - 히스클리프 사이에 중요한 메신져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 히스클리프 히스클리프. 현대의 다양한 문학이나 영화의 모티프가 된 인물인 만큼 굉장히 복잡다단한 인물인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히스클리프가 지금 현대를 살고 .. 2017. 1. 8.